회고록: 대학원을 졸업하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학원 생활이 오늘 부로 끝난다. 사회로 나가 일을 하다 보면, 지금 느낀 생각들 또는 감회들이 잊히고 무뎌지기 마련이다. 잊어버리기 전에 추억들을 기억해보고자 한다.

 

왜 대학원을 가고자 했는가?

 내가 대학원을 가고자 했던 이유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입학을 결심하는 이유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막상 학부생으로 졸업을 하니, 한 분야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도 아니고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학부 과정 중에 분산처리, 스토리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대학원 입학을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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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졸, 오늘부터 대학원생

 대학원을 가야하는가에 대해, 한 학기 정도 고민을 한 후에 2018년도 2학기부터 석사로써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였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 리눅스 커널 캠프를 참가하고, 리눅스 커널 심층 분석이라는 책을 읽고 교수님과 함께 리뷰하면서 커널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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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마련된 내 자리

연구실에 마련된 내 자리.

 처음 연구실에 왔을 때는 컴퓨터가 없어, 노트북을 가져와서 작업을 하곤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께서 주문하신 PC와 모니터가 도착하여 자리가 세팅된 내 책상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학기 초에 촬영한 것은 아니고, 학기 말에 촬영한 것인데 듀얼 모니터로 세팅한 기념으로 촬영한 것이다.

 

논문 리뷰

Single queue Linux block layer

Multi queue Linux block layer

 가장 먼저 리뷰하게 된 논문은 Linux Block IO: Introducing Multi-queue SSD Access on Multi-core Systems라는 논문이다. 논문의 주 내용은 기존의 Single-Queue Block Layer가 NVMe SSD와 같은 Multi-queue SSD를 사용하는 데 있어 병목현상으로 작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의 Single queue는 CPU의 Multi-core를 활용하지도, 저장장치의 Multi-queue를 활용하지도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Multi-queue block layer가 리눅스 커널에 적용되기 전까지는 NVMe SSD를 사용하는 데 있어, Block layer를 bypass(사용하지 않음.)하는 방식을 적용하였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자, CPU의 Multi-core를 활용하고, 드라이버 단의 Multi-queue와 매칭 되는 형식의 Block layer를 제안한 것이다.

 

(Block layer에 대한 개선 방안과 기존의 병목현상뿐 아니라, 이 논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NUMA, Affinity라는 개념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연구 분야와 관련하여, 다양한 논문들을 리뷰하였다. 논문에 따라 잘 이해되지 않는 논문들도 있었지만 읽다 보면 "어떻게 생각하게 됬을까?"라는 의문점이 남기도 하고, 한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차곡차곡 쌓였다.

 

조교

아두이노 실습 전 사전에 구성한 회로

 학기 중 조교 활동을 하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학기에 맡은 실습 강의 조교다. 처음 조교를 하는 것이라서, 이 정도로 설명하면 학생들도 알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해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학생들이 이해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 내가 설명을 매끄럽게 잘하지 못하여, 학생들이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상황이였다. 또한,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궁금해 하는 것이 있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런 일은 겪은 후에는 강의 자료나 실습 내용을 2~3번씩 직접 실습해보고, 어떤 점을 궁금해할까? 생각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교수님들이 말씀하시길,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 계기였던 거 같다.

 

대학원 강의

중간고사 전 이해한 내용을 화이트보드에 정리한 것.

 학부 과정과 달리, 대학원에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강의들이 많았다. 그중 연구 분야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지도교수님이 강의하신, 운영체제 특론이었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고 나서 커널 코드를 분석하니, 두루뭉술하게 이해되던 것들이 명확히 이해되었다. 또한 공룡책에 머물러 있던 운영체제에 관한 지식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커널에서 동작하는 나의 코드

처리된 IO를 확인하기 위해 작성한 코드

 대학원 과정 중, 현재 리눅스 커널의 Proportional I/O Scheduling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책을 찾고자 하였다. 내가 제안하는 기법은 리눅스 커널에 구현하였는데, 단순히 유저-레벨에서 동작하는 코드가 아니라 커널-레벨에서 내 코드가 동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재밌는 작업이었다.

 

 커널에서 잘 동작하는 코드를 만들려면, 내가 필요한 기능을 만들되 기존의 코드들을 분석하고 기존의 흐름에 나의 코드를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기존 코드들은 최근에 추가된 기능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견고하고 다양한 예외들을 생각하고 작성한 코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코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코드를 작성하면서 구조체 접근, 메모리 할당/해제, 초기화 과정 등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연구 분야와 관련된 학회

학회 일정으로 방문한 제주도

학회 일정으로 방문한 항저우 시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학회들이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일정을 연기한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구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학회들을 갈 수 있었다. 2~3일의 기간 동안, 시스템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접할 수 있고 해외를 나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겨울에는 국내에서 강원도 쪽에서 학회가 많이 열려, 스키장을 갈 수 있는 명목이 생기기도 한다.

 

 석사 과정 중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회를 참가할 일이 있었는데, 내가 "와... 논문만 잘 쓰면 해외도 가고 대학원 생활할만하네~"라고 말했는데, 연구실 사람들이 "논문을 쓰는 게 쉽나요...", "논문이 안 나오잖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제도냥이

퇴근할 때 요염한 표정의 제도냥이.

퇴근 할때 나오니, 오토바이 위에서 숙면 중인 제도냥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이 한 고양이의 영역인데, 잠을 자거나 밥을 먹고 싶으면 찾아온다. 건물 이름이 제도관이고 여기에 자주 나타나서 제도냥이라고 불린다. 날이 더우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날이 좀 선선해지고 활동하기 좋아지는 날씨가 되면 제도관에서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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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누군가 석사 과정 동안 어떤 것을 성취하였냐고, 묻는 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 SSD, NVMe SSD와 관련된 연구 동향 이해
  • SSD 내부 구조와 동작 과정에 대한 이해
  • 해당 저장장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현상에 대한 이해
  • VM, 컨테이너에서 하나의 저장장치를 공유할 경우의 문제점
• 최신 리눅스 커널에 대한 이해
  • Multi-Queue Block Layer
    • MQ-Block Layer Scheduler : BFQ, Kyber
  • Cgroups
    • blkio
  • PCI Driver
    • NVMe SSD
  • 커널 코드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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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열한 것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성취한 것들이다. 이외에도 CS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넓어지고, 학부생때 하지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대졸이였을 때 나와 비교한다면, 한 도메인에 대한 연구 동향을 이해할 수 있고, 커널 코드를 이해하고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커널에 구현 할 수 있는 역량이 만들어 진 것 같다. 

 

 이제 모든 과정을 끝내고 오늘 부로 졸업생이 되고, 취준생이 된다. 지금은 빨리 취직해서 학교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고 일을 하다 보면 "학교에 있을 때가 좋았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