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경기도에 내 자취방을 구해보자

요즘 들어, 기술 관련된 글보다는 회고록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요즘도 열심히 공부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얼마 안 되는 초기 자금을 가지고 자취방을 구하는 좌충우돌에 대해 다루고 휑한 원룸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주옥같은 아이템들을 정리해두고, 나중에도 이사를 하거나 방을 구할 때 나 스스로 참고가 되도록 상세히 써보고자 한다.

 

전세 vs 월세

 월세는 나의 돈을 계속해서 소모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전세를 구하면 좋다. 하지만 11월 출근을 시작으로 친구 집에 눌러앉아 있던 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세를 바로 구하는 것보다는 월세 30을 구하여 1년은 `24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월세를 구하고자 하였다. 또한 나에게는 여윳돈이 `300만 원` 밖에 없기도 하여, 전세를 구하는데 발목이 잡혔다.😂

(`240만원의 손해`는 전세 대출 이자 + 관리비를 하면 약 10만 원의 지출이 발생하므로, 월에 20만 원씩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지하 vs 옥탑

 보증금 300으로 판교에서 40분 내에 출퇴근 하기 위한 위치에 있는 후보군으로는 `수지구청역`, `죽전역`, `보정역`, `구성역`으로 후보군이 좁혀졌다. 우선 지하철 외에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지하철 정기권을 활용할 수 없을 뿐을 뿐더러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 것 같았다.

 보증금이 낮다 보니, 반지하나 옥탑에 다 쓰러져가는 원룸들 밖에 없었다. 또한 맘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부산에서 `다방`으로 방을 알아볼 때, 2년 전에는 허위 매물이 너무 많아서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다방`은 허위 매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고 해당 어플을 통해 주로 매물을 알아보았다.

 

한국식 인테리어 끝판왕

 방을 구할 때 위의 사진과 같이 공포스러운 인테리어들을 한 껏 만끽할 수 있다. 세련된 가구, 깔끔한 화장실? 그런 건 없다. 여기에 반지하로 가면 여름에 미친듯한 습기, 단짝 친구 바퀴 벌레까지 환장할 지경이다. 나는 그래서 반지하보다는 그래도 벌레가 덜 나오겠지라고 생각하고 옥탑을 선택했다. 옥탑도 그냥 옥탑은 `겨울에 한국 속에 러시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흠칫한 나는 `원룸 중 옥탑방이 천장이 낮아 같은 평수라도 가격이 싸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매물을 중심으로 찾기 시작했다.

 

어서 와,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지?

집에 인격이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어찌어찌 매물을 찾다 보니 원룸 옥탑 매물에 `보증금 300, 월세 30`의 매물을 구했다. 진짜 다 쓰러져가고 으!! 이런 대선 못살거 같아! 이런 수준은 아니고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면 살만하겠는데?라는 느낌이 오는 집이었다. 회사까지는 약 40분 조금 더 가까우면 좋겠지만 욕심을 버리고 계약했다. 하지만 괜찮겠지 하고 간과한 것이 대참사를 만들 줄은 몰랐다.

 

전세입자가 남기고 간 흔적

입주 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입자 분이 집에서 화장실에서 담배를 양껏 피신 덕분에, 아주 다이나믹한 화장실이 펼쳐져 있었다. 담배 연기는 위로 올라가기에 천장은 누렇게 찌들었고, 담배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샤워를 하고 나면 천장에 니코틴 물이 불어나 노란 물이 뚝뚝 떨어졌다. 닦고 닦고 또 닦고 그렇게 나는 무모한 `니코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좀벌레?! 들어만 봤는데?

Surpise motherf****er!

 온 집을 박박 닦아대며 청소를 하고 환기 하고를 반복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내 자취방에 불청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에 생각 없이, 니코틴 냄새 제거 법을 검색하며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발 옆으로 흰색에 작은 물체가 호다다다닥 지나갔다. 처음에는 벌레도 작고 잡으면 되겠지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이틀 정도 지났는데 똑같은 녀석이 이번엔 아침이 되어서도 나타났다.

 

 이게 뭔가 싶어서 네이버에 `흰색의 1cm 벌레`를 검색하자마자 내가 본 녀석이랑 똑같은 녀석의 사진이 여러 장 나온다. 이름은 많이 들어 봤을 `좀벌레`였다. 정보를 찾아보니 야행성인 이 벌레가 오전이나, 사람이 활동 중일 때 발견되면 집에 있을 수 있는 수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어머니께 원룸에서 좀벌레가 나왔다니까 어머니도 들어만 보셨지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 현타가 얼마나 세게 오던지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마음을 다 잡고 여러 물품들을 구매해 3주간 자취방 빌드업을 진행하였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패스트킬, 로보킬, 좀약 뭐 별에 별 짓을 했는데 어디선가 자꾸 툭툭 튀어나온다. 방역 업체에 문의했다.

 

A. 혹시 언제부터 발견하셨나요?

B. 이사 온 후 일주일 후부터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날 밤은 책을 바닥에 뒀는데 혹시나 싶어 책을 들었더니 좀벌레 10마리가량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걸 봤어요.

   (물론 이 녀석들은 다 때려잡았다!)

A. 혹시 벌레의 크기가 1cm가 넘고, 어두운 색을 뛰고 있는 좀벌레를 본 적은 있나요?

B. 네. 세 마리 정도 잡았어요.

A. 잡으신 게 좀벌레 어른인데 어른까지 성장하는데 최소 1~2년은 걸려요.

   즉, 그 집에 좀벌레가 생긴 지가 작게 잡아도 1년 이상은 되었다는 소리죠.

   그래도 원룸이니, 빨리 퇴치하면 2개월 오래 걸리면 4개월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B. 도와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방역해주실 수 있는 게 언제죠?

A. 26일입니다.

(A : 업체 담당자분, B : 나)

 

 크리스마스 이브고, 크리스마스에 눈? 선물? 다 필요 없다. 방역 담당자 아저씨가 더 보고 싶다.😂 진짜 말 그대로 최악이다. 열악한 원룸 환경을 살아봤지만 이렇게 벌레가 득실거리는 자취방은 처음이라 곤욕이 따로 없다.

 

그만 오세요. 지름신.

왔노라... 봤노라... 결국 질렀노라!!

침대

르메르침대 심플라인 싱글 S [매트리스포함] [서울/경기근교 빠른배송] : 르메르침대

 안내에 보면 배송이 오래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경기도라서 그런지 일요일날 주문했는데 월요일 오전에 도착했다.😮 배송은 빠르지만 실제 마감이나, 견고함은 쏘쏘이다.

 

책상

다가구 페르마타 1400x600 학생 게이밍 노트북 1인용 컴퓨터책상 테이블 : 다가구프래그마

 모니터 암 설치를 위해 책상 프레임이 모니터 암과 간섭이 없는 제품으로 선택하였다.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며 가격 대비 괜찮은 제품인 것 같다.

 

의자

삼공체어 책상의자 사무실 사무용 컴퓨터의자 C30+ : 디에스코퍼레이션

 가격대비 괜찮은 의자이긴 하지만, 그냥 10만원 더 주고 시디즈 T50 air를 살걸 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제품이다. 앉다 보면 다소 불편하다.

 

행거와 책장

폴던스랙 조립식 행거 1100 x 500 x 1200 mm 2단

샤바스 스칸디나 파티션 책장선반 3단

옥탑의 특성상 천장이 낮아 지기에 높이 1200mm인 제품을 구매하였다.

 

파티션

틴우드 유리 철제파티션 1200 (하프)

 오늘의 집 첫 이용 시, 2만원인가 쿠폰을 줘서 59000원 + 배송비 해서 구매했던 것 같다. 자세히 기억은 안난다. 원룸이지만 뭔가 침실과 책상을 분리하고자 하는 맘에 구매해 보았다.

 

모니터

크로스오버존 크로스오버 Q27V5 IPS QHD 리얼 75 HDR : 네이버 쇼핑

 듀얼 모니터를 살려고 2대를 샀는데, 뽑기 운이 없는지 무결점을 샀는데 모니터 한 대는 결점이 있어 교환을 받아야 한다.😥

 

모니터암

카멜마운트 PMA-2 : 네이버 쇼핑

 모니터암은 카멜 마운트 미만 잡이라고 해서 해당 제품을 2개 샀다. 구매한 물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모니터암을 통해 구성한 듀얼 모니터이다. 모니터 위치가 높아 목이 구부정해지지 않아 좋은 것 같다.

 

글을 마치며

듀얼모니터를 구성한 데스크

파티션을 통해 침대와 공간 분리 (이불 배게는 엄마가 사주신 것... 엄마 취향😅)

낮아지는 천장에 맞게 구매한 수납템들

 나름 가성비 좋은 원룸을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뭐든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방 컨디션만 관리가 잘 됬어도 이 가격대에 나올 수 있는 방은 아닌 거 같다. 전에 자취방은 너무 추워서 따뜻하고 벽에서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 집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방을 봤었다. 하지만 벌레에 대해서는 사전에 캐치하지 못했다. 이제 방 구하는 스킬이 `기본으로 봐야 할 것 + 벌레가 있는가`를 보게 되는 안목까지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건물이 아니어서 집이 따듯하다는 것과 `남향`이라서 햇볕이 현재 겨울 기준으로 오전 10시에서 5시까지 계속 들어와서 낮엔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집이 훈훈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한파도 반팔, 반바지를 입고 생활해도 될 정도로 잘 지나갔다.

 

 글을 쓰는 지금 까지는 `좀벌레`와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좀벌레를 검색하며 알게 되었는데, 먼지다듬이, 권연 벌레 등 사람의 거주지에 서식하며 빠르게 번식하는 벌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자취방을 구한 회고록이 아니라 벌레 퇴치기가 되어가는 것 같긴 하다. 방역을 통해 좀벌레들을 없애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추가적으로 방역하여 클린 한 거주 환경을 만들고 싶다.🙂

 

(PS. 크리스마스인데 블로그에 회고록을 올리는 이유는 여자 친구가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긴 하였으나 2주간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서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